위칼레인을 내가 접했던게.. 언제적 일이었더라;;
날짜를 확인해보니 99년 8월 21일 첫회연재...
꽤나 오래됐구나.
당시만 해도 환타지 소설이 지금처럼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때가 아니고,
연재도 나우의 sf란이라.. 학교에서 텔넷으로 한 회 한 회 봤던 것 같다.
"운명의 갈림길 - 위칼레인"이라는 말의 어감이나 글 뜻도 좋았고,
내용도 상당히 인상에 남고 재미있었다.
작가분이 그 후로 차기작을 내 놓지 않으시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유명한 도둑이었던 제비-이름마저 멋지다!-군이 난데없이 나라의 공작님께 잡혀가서
얼굴이 똑같은 왕자님으로 변신, 마침내 이러저러한 고생끝에 국왕님이 된다~ 라는,
어찌보면 꽤나 흔하디 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위칼레인에는 위칼레인 만의 맛이 있다.
도둑길드의 일인자였다가 난데없이 왕자님이 되어버린 주인공 제비(카이저),
그저 얼굴이 똑같다는 이유만으로 왕자의 대역을 맡게 되었지만
진실을 아는 주변사람들이 정말 그를 왕자님으로 생각하고,
왕이 되기를 바라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치기 위해서
고통을 참아가면서 귓불을 잘라내던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그냥 왕자로 살아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텐데,
끝까지 자신이고자 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위칼레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캐릭터는
주인공인 제비도, 악역(?)이었던 클리아덴 영주도 아닌,
제비를 왕자로 만들어버린 무셔~운 인물, 그란쥬 공작이다.
본인이 지위와 재력과 능력이라는 삼박자를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단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일개 도둑인 제비를 진짜 왕으로 만들어버린 무서운 사람.
"신만이 만들수 있다고 하는 완벽한 낙원을 만들어 보겠어.
내가 두 발로 디디고 있는 이 대지 위에 싸움도 굶주림도 없는 세상을 만들거야."라는
그의 인생의 목표 한가지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인물.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은 이런 사람을 지칭하는 말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란쥬 공작의 매력은 나를 위칼레인에 꽤나 빠지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
4권의 외전 제목인 "망상을 현실로 만드는 자"
이것만큼 그란쥬 공작에게 잘 어울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말이 빗나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위칼레인은 구성도 짜임새도 길이도 적당한,
그야말로 내 입맛에 딱 맞는 몇 안되는 글이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소설 전권을 다 구했다고 희희낙락하는걸 보면,
나는 아마도 이 위칼레인에서 꽤나 헤어나오지 못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