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7. 31. 17:00
간만에 후배들을 만날 일이 생겨서 대구에 내려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갓 입학한 후배들에 대한 여러 기겁할만한 이야기를 들어버렸습니다.

그 하나.
모 시험시간.
오픈북도 아닌데, 대놓고 뒤에서 책을 펴고 시험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다가가서 혼내시자, 고개 꾸벅 숙이고는 책을 덮더군요.
뒤돌아 서시자 마자, 다시 책을 펴더랍니다.

그 둘.
또 다른 시험시간.
성적 잘 주고 조금 만만한 교수님 수업이었다는군요.
뒤에서 과대 부과대 포함 30여명이 대놓고
"교수님 적어도 C는 주시는거죠?"라고 시험시간에 물었답니다. -_-;;
공부 안한건 물어보나 마나.

그 셋.
저희 과는 학번당 신입생 정원이 120명입니다.
그리고 특성상, 통칭 OB라 불리는 나이많은 어르신;이 많습니다.
시험시간에도 저러는 인간들이 수업시간이라고 제대로 수업하겠습니까.
당연히 OB와 YB, 사이 안좋습니다.
그래도 같이 부대껴야 하는데 한번 화해의 장이라도 만들어 보고자 OB쪽에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학번이 같이 모여서 술마시러 가자.
차는 걱정마라. OB가 다 데려다 주겠다.
전원이 다 안가도 좋으니까, 가고 싶은 사람이라도 모여서 같이 술도 마시고 친해지자.

이 말을 들은 과대(당연 YB현역입니다), 덜렁덜렁 교탁 앞으로 나갑니다.
"형님들이 단합대회 하잡니다. 갈 사람?"
숫자를 헤아려보더니,
"과반수 안되니까 안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말 꺼낸 형님께 가서
"형님, 안간답니다."
상황종료.


그리고 가장 선배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화학수업시간이었습니다.
앞에서 교수님이 열심히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그 뒤쪽, 여섯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다른 과목의 스터디를 하고 있었답니다.
수.업.시.간.에.
결국 참다못한 OB형님 한분이 나가라고 쫓아냈답니다.


저도 학교다닐 때 YB랑 꽤나 세대차이가 나는구나, 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만,
설마하니 이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모든 신입생들이 저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참 쇼킹하더군요.
아가들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한번 묻고 싶어집니다.
...제가 너무 늙은 걸까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