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 2012. 9. 11. 17:15

향을 피울 때 필수적인 요소가 하나 있으니, 다름아닌 '불'입니다.

보통은 라이터를 주로 사용하는데, 제가 사용하는 건 요것.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성냥입니다.

여기는 아직 성냥 파는 곳이 곳곳에 있던데, 엔간한 큰 수퍼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대구에 계시는 L언니도 제가 사다드렸습니다.

 

저 화랑 목함은 내부에 나무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습기찬 곳에서도 쓸 수 있게 불이 굉장히 잘 붙습니다.

불씨가 조금만 튀어도 성냥 전체로 불이 번지더군요.

시끄럽긴 하지만 그런 점이 좋아서 애용했는데, 다 써버렸어요.

그래서 요즘은 가정용 덕용성냥을 씁니다. 사실은 화랑을 더 쟁여두고 싶었는데 없더라구요.

 

 

겉보기엔 화랑이 커보이는데, 화랑 내부 구조물 때문에 실제 보다 좁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덕용이 더 용적이 큽니다.

그러나, 화랑보다 덜 빽빽하게 담겨있어서 실제로도 화랑보다 덕용에 들어가는 개비수가 작다고 하네요.

덕용 성냥을 봄에 사서 장마철 내내 묵혀뒀더니 불이 잘 안붙는 단점이.. ㅠㅠ

 

성냥 자체가 흔히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다보니, 성냥 제조사도 많이 줄어서 이젠 전국에 단 한 곳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80%가 판촉물, 20%가 가정용 덕용이라고 하는군요.

이나마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그게 또 불안불안...

70년대 300곳이나 있었던 성냥공장이 값싼 중국성냥이 수입되면서 타격을 입은데다

값싼 라이터가 보급이 되면서 그야말로 우후죽순 쓰러졌다고 합니다.

상자 윗면에 '국산품 애용'이라는 글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마침, 최근에 성광성냥공업사에 대한 기사가 하나 있네요.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9566&yy=2012

 

한 통에 천오백원 정도 하는 저 덕용 성냥 하나가

저의 향 취미의 반 이상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걸 기사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편하게 라이터로 켜도 되는데, 왠지 그러면 피울 맛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탁 하고 맞부딪힐때 나는 소리, 성냥에 불이 붙으며 나는 특유의 냄새,

그리고 자신의 몸통을 희생해서 불을 피우고 사라지는 그 모습을 보는 재미에 향을 피우는 거 같습니다.

그냥 무작정 켜면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사라지잖아요.

불을 켜서 향을 피운다는 목적이 있어야 덜 허무할 거 같거든요.

아마 성냥이 사라진다면, 지금 제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향도 많이 시들할 것 같습니다.

 

볼펜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음에도 그 나름의 맛때문에 굳이 귀찮음을 감수하고 만년필을 쓰는 것처럼,

라이터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어도 성냥이 꾸준히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년필과 성냥은 왠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둘 다 좋다는 거에요.

그나마 만년필은 사용층이 줄긴 했어도 여전히 여러 업체에서 생산이 되고 있지만,

성냥은 국내에 단 한곳이라니...

앞으로도 성냥을 꾸준히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고있는데, 덕용 성냥 양이 참... 깡패지 말입니다.

향을 피우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꾸준히 썼는데, 이제 겨우 네통째 땄습니다.

그나마 집과 직장 양쪽에서 피우다 보니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네요.

앞으로도 성광성냥이 그 자리를 쭉 지켜줬으면 하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