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쟁여놓기있을 때 쟁여놓기

Posted at 2013. 10. 2. 22:36 | Posted in 이게바로 문어발/사각사각 필기구

문구덕이 가끔 가다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게 있습니다.

 

"그 때 그 거 좀 더 사서 쟁여놓을걸!!!"

 

그래서 사실 뭔가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많이 쟁여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간혹 생각지도 못한 물품이 나중에 필요성이 생겨서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기껏 쟁여놓고서는 잃어버려서 땅을 치고 울부짖는 경우가 있지요.

 

저에게는 후자의 경우가 한 건 있습니다.

 

파버카스텔의 TK-FINE VARIO L 0.5샤프입니다.

처음 우연히 색이랑 무게감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가, 그 이후로 제 필통에서 십몇년째 동거하고 있는 녀석이에요.

몇년 전 갑자기 없어져서 결국 못 견디고 한 자루를 더 샀는데,

3년 후에 아빠 펜꽂이에서 발견했다는 웃지 못할 스토리를 갖고 있는 놈이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이 샤프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뒤꼭지에 달려있는 스크류식의 얇은 지우개입니다.

가는 선을 지우기가 참 좋거든요.

쓰다가 버럭 겁이 났습니다. 이거 다 쓰고 리필이 가능한가?

그래서 문구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다행히 사이즈에 맞는 지우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잡다한 문구-연필깎이, 칼, 스카치테이프, 펀치등등-만 넣어서 갖고 다니던 필통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리필용 지우개를 넣고 다녔습니다.

그 필통을 한번 잃어버려서 더 이상 리필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뒷뚜껑의 지우개는 쓰지도 못한채 잠들어 있었지요.

그러다가 고터 한가람문구에서 그야말로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리필이 가능한 사이즈를 정말 몇 년 만에 발견했거든요.

두 번 다시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하고서는 이번엔 한두개가 아니라 아예 왕창 샀어요. 이만큼 있으니 안 잃어버리겠지!

 

네. 또 잃어버렸습니다. OTL 이사하면서 대체 어디에 들어갔는지...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가 않네요.

 

그 뒤로 허탈해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그저께 갑자기 다시 생각이 나서 또 미친듯이 찾아다녔습니다.

다행히 사이즈에 맞아보이는 듯한 지우개를 팔기는 하네요.

그런데 인터넷으로 주문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커서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에요.

노크식 지우개의 리필이라 본체와 리필을 같이 사려고 했더니 묶음배송이 안된다는 참담한 현실... ㅠㅠ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일단은 참았다가, 대구에 가서 문구점을 좀 뒤져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안나오면.. 주문해야죠 뭐.

 

+) 

여담입니다만, 생각해보니 저 TK-FINE VARIO가 저한테 한자루 더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에 산 녀석은 틀림없이 몸 전체가 그린색이었는데,

그걸 잃어버리고 새로 사려고 보니까 그립존이 은색이어서 이건 좀 미끄러운데... 하고 샀던 기억이 나네요.

즉, 저 위 사진에 있는 녀석들이 따지고 보면 2호기 3호기인 셈입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다 알았는데

제가 기억하고 있던 그립존이 그린인 녀석이 TK-FINE VARIO, 은색이 TK-FINE VARIO L입니다.

L이 붙은 후자쪽이 더 상위모델이라네요. 지금은 후자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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