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에 대한 단상색연필에 대한 단상
Posted at 2013. 10. 3. 19:05 | Posted in 이게바로 문어발/사각사각 필기구예전부터 각종 문구를 많이 사모았지만, 그중에 별로 쓰지도 않으면서 한개두개 사모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색연필이었습니다.
학교다닐 때 공부하면서 잠깐씩 쓸 요량으로 색깔 몇 개를 샀었다가,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파버카스텔 유성, 카렌다쉬 수성 색연필을 전문가용으로 한세트씩 질렀습니다.
어쩌다 진로를 틀게되면서 색연필이 찬밥신세가 되었지요.
그래도 비싸게 주고 산 거라 버리기는 그렇고, 이래저래 귀찮은 마음에 그냥 곱게 한구석에 모셔두었습니다.
파버 유성 색연필은 어쩌다 내용물만 빼고 케이스를 싹 버렸는데, 그나마도 반 이상이 없어졌네요.
카렌다쉬는 그나마 케이스 채로 잘 보관해뒀지만, 이 역시 몇몇 색이 빠졌습니다.
수능공부를 새로 하면서 다시 색연필을 쓸 필요성이 생겼는데 있던 색연필은 전문가용이라 아깝다고
문구점에서 낱개로 파는 색연필을 몇개씩 샀습니다.
할인하길래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 36색 원형캔도 샀었는데, 이건 인도네시아산이라 그런가 영 별로더군요.
그러다가 어쩌다 써본 세르지오 수채 색연필의 필감에 반해 36색 한세트를 사게 되었는데,
이사하면서 색연필 케이스를 분실해서(아마 짐박스 하나가 채로 없어진 것 같아요) 몇 개 안 남아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다음에야 색연필은 사실 크게 쓸 데가 없습니다.
그래도 보면 사고 싶어서 한 개 두 개 사모으다가, 만년필에 정착하면서 색연필을 쟁이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안 그래도 사용빈도가 낮았는데, 컬러감을 잉크로 만족하다보니 영 안쓰게 되더군요.
그래도 색연필 사모으는 버릇이 어디 한구석에 잠들어 있었던지,
카페에서 모 님이 자랑하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의 색연필을 50%나 할인한다는 말에
B님께 대리구매까지 부탁해서 또 한세트 덜컥 질렀습니다.
그리고 한번 뚜껑 열어보고 곱게 닫아서 모셔놨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사모은 문구중에 진짜 가보로 물려줄 아이템이 있다면 색연필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쓰지도 않고,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사고 싶으니 참 희한하지요.
지금은 참고 있지만, 언젠가 뭔가 눈에 들어 오는 날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또 지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