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의 재발견 - 에페소서 ~ 야고보 서간 필사 완료만년필의 재발견 - 에페소서 ~ 야고보 서간 필사 완료
Posted at 2013. 10. 24. 20:41 | Posted in 이게바로 문어발/사각사각 필기구한국제지 milk 베이지 B5 80g / PLATINUM 14K Standard 버건디 EF nib + 펠리칸 4001 블랙
서간류는 편수는 많은데 편당 분량이 작아서 제목을 다 쓰자니 엄청 길어지네요.
에페소서, 필리피서, 콜로새서, 1테살로니카서, 2테살로니카서, 1티모테오서, 2티모테오서, 티토서, 필레몬서, 히브리서, 야고보 서간까지 약 70page 동안 수고해준 펜은 플래티넘 14K 스탠다드 EF nib입니다.
만년필 덕질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산 모델로, 각인이 있는 단 두개의 펜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Parker IM 블루CT인데, 이녀석은 굵어서 봉인해제할 일이 요원하네요.
14K 스탠다드는 Pilot의 세레모와 더불어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금촉만년필이기도 합니다.
부드럽게 나가는 세레모와는 다르게 14K 스탠다드는 금촉인데도 상당히 사각거리는 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카복음을 쓸 때까지만 해도 14K 스탠다드를 소제목용 만년필로 쓰고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을 쓰면서 비전 디자인 레드로 갈아타는 바람에, 세척해서 넣어두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세레모도 포스팅했는데 14K 스탠다드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custom74를 넣으면서 다시 꺼냈는데.
어머나 세상에.
단지... 그냥 단지 궁합이 맞는 잉크를 만나지 못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펠리칸 4001 블랙을 집어넣고 첫 획을 딱 긋는 순간, 사각거림 어디갔나요.
이건 그냥 막 미끄러집니다. 술술술술술술술술......
이런 게 금촉의 맛이었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냥 막 미끄러지더군요.
흔히들 만년필과 궁합이 맞는 잉크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여태까지 그냥 부드럽게 써지면 잘 맞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잉크에 따라서 만년필 자체의 필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어요.
필감이 이렇게 확연히 바뀌고 나니까 괜히 신이 나서 필사에 탄력이 마구 붙었습니다.
덕분에 마감을 두 달 앞당겨, 10월내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